[윤주헌의 What’s up 뉴욕] “전시하고 싶으면 원주민 허락 받으세요”

“우리가 하려는 조치가 갑작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문을 닫게 되는 관람실은 그동안 우리 같은 박물관이 원주민의 가치, 관점, 인류애를 존중하지 않았던 시대의 흔적입니다.”
한 해에 약 5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관장 션 디케이터는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원주민과 관련된 관람실 두 곳을 폐쇄하고 7곳은 추가로 (폐쇄할지)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이 박물관은 약 929㎡의 전시 공간을 폐쇄했다. 미 위스콘신주 동부 삼림 지대에 살던 메노미니족의 자작나무 카누 모형 등 원주민 유물들이 있던 곳인데 현재는 텅 비어 있거나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미국 박물관 가운데 원주민 유물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뉴욕 자연사박물관이 이런 조치에 나선 이유는 ‘미국 원주민 유물 보호와 반환법(NAGPRA)’ 개정안이 지난달 12일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메노미니족·나바호족 등 인디언(북아메리카 원주민) 및 하와이 원주민의 유해나 무덤의 부장품 등을 전시하려면 해당 부족 후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카고 필드 자연사박물관, 하버드대 피보디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다른 박물관·미술관도 원주민 유해나 유품을 가리거나 관련 전시장을 폐쇄했다. 피바디박물관은 이 작업을 위해 직원도 따로 고용했다고 한다.
원래 이 법은 1990년 제정됐지만 30년 넘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미 연방 정부가 원주민 후손 부족의 동의를 받아 유물을 전시하든, 동의를 받지 못한 유물을 원주민 부족 후손들에게 반환하든 5년 안으로 박물관의 관련 전시품을 정비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원주민 유해와 관련 문화재 대부분은 무덤을 파헤치는 방식의 발굴, 도굴꾼의 기증 등으로 수집됐다”는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미 내무부 인디언 담당 차관보인 브라이언 뉴랜드는 “조상들이 죽어서도 존엄성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부족 대표들과 협의해 이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관람객들이 미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실제 유물 반환은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경우 유해와 문화재는 정보가 거의 없고 유골이 발견된 카운티(행정구역 단위) 같은 지리적 정보에만 의존한다”며 반환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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